구테 나흐트!

구테 나흐트!

  • 자 :디트마르 비트리히
  • 출판사 :도서출판 좋은책만들기
  • 출판년 :2010-06-0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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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그 단어만 들어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머리를 감싸안은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안타깝게 떠오른다. 더욱이 최근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최악의 불황에 당장 내일 일을 걱정하며 밤새 뜬눈으로 뒤척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의 소원은 단 하룻밤만이라도, 아니, 단 몇 시간만이라도 좋으니 깊은 단잠에 빠져보는 것이리라. 이 때문에 숙면에 효과적인 생활습관이며 식생활 개선법, 민간요법, 심지어는 약물치료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잠시나마 세상사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유쾌한 드라마나 재미있는 개그프로도 인기라고 한다. 하지만 생활습관이며 식이요법은 단시일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유쾌한 드라마나 개그프로는 오히려 마음을 들뜨게 해서 잠이 달아나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약물치료는 금세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심히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단숨에 깊고 평온한 잠으로 이끌어가줄 불면치료제가 있다. 바로 독일작가 디트마르 비트리히의 『구테 나흐트! 달콤한 잠으로의 여행』이다. 저자가 독자들을 편안한 숙면으로 초대하기 위해 엄선해 놓은 독일문학 작품들의 목가적인 평온함 속에서라면, 오늘 밤 세상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독일문학과 함께 잠들다



저자는 독일문학의 놀라운 효과를 이미 어린시절에 경험했다. 고질적인 불면증에 시달리던 저자의 할머니는 밤이 되면 마음을 평온하게 하려고 차를 마시고, 테라스에 나가 저녁 체조를 하고, 하얀 가루를 물에 타서 휘저어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할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평화로이 잠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저자 또한 처음엔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지만, 어느 날 독문학과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책 위에 머리를 얹고 잠이라는 최고의 마법에 걸려 꿈속을 헤매는 것을 보고는 전공을 바꾸었다. 그 후로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저자도 긴장이 풀어진 듯 평온하게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마법의 힘은 독일문학, 특히 19세기 작가들이 펼쳐내는 마취효과에 있다.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괴테, 슈티프터, 켈러, 라베, 폰타네, 슈토름, 그리고 뢴스 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작품이 지루한 탓만은 아니다. 그 효과는 오히려 느긋한 서술방식에 기인한다. 목가적인 자연묘사와 우리의 마음을 더없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듯한 서술방식 말이다. 독일어의 문장구조는 긴 문장, 미로 같은 복잡한 문장, 지속적인 삽입문장과 끝없는 삽입구, 괄호와 함께 장황한 보충설명이 따른다. 이를 통해 독자는 긴 호흡을 내쉬거나 실제로 한 박자 속도를 늦춤으로써 몸을 편안하게 하고 사고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바로 이러한 문장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또 그러다 보니 잠을 청하게 되는 최상의 조건이 되는 게 아닐까. 독일작가의 작품에는 이러한 좋은 작품들이 많다.





잠의 요정이여, 내게로 와서 잠의 마법을 걸어다오!



“독일작가들만큼 당신을 곤히 잠들게 해줄 사람은 없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그는 독일 출신의 할아버지와 프리메이슨에서 독일어를 배운 후 낭만적인 독일여행을 했는데, 라인 강과 네카 강가의 잠자리가 불편했을 텐데도 단잠에 빠졌다. 독일문학에 심취한 덕분이었다. 러시아의 낭만주의 작가 투르게네프는 “밤에 휴식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로 독일문학을 추천하고 싶다”며 독일문학을 극찬했다. 그는 바덴바덴의 집에서 손님들을 내보내려 할 때 동시대 작가 셰펠의 서사시 <에케하르트>를 읽어주었는데, 이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마취제였다.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코를 골며 잠든 손님들을 하인들이 마차로 옮기곤 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횔덜린과 괴테의 작품을 보면 스르륵 졸음이 온다고 했다. 그는 “독일문학이 있는 한, 발트리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라고 행복한 잠에 취한 채 적기도 했다. 물론 잠을 이루려면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과도한 생각을 피하고 예민한 신경에 휴식을 취하게 해준다. 니체야말로 과도한 생각과 예민한 신경으로 괴로움을 겪었는데, 그는 「에커만과 괴테와의 대화」를 숙면을 이루는 데 가장 좋은 작품으로 여겼다.





달콤한 잠으로의 여행



어떤 글들이 잠들기에 좋을까? 지루하지 않고 자장가처럼 들리는 책이어야 할 것이다.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편안하고 기분좋은 서술방식을 써야 하고, 묘사할 때에도 노골적이거나 강렬한 어투는 피해야 한다. 단편은 문장이 길면서도 조용히 흘러가야 하며, 암초같이 뾰족한 부분이 불쑥 튀어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서투른 문체는 반감을 일으키기 십상이니 오히려 잠을 깨게 할 것이다. 3등급 책들로는 절대로 잠을 청할 수 없다. 화가 난 독자는 책을 던져버릴 것이고, 그러면 옆에서 자던 사람마저 잠에서 깨게 할 테니 말이다. 범죄소설도 안 된다.

최근의 숙면연구에서는 조화로운 사고와 목가적인 책들을 권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숙면에 관한 연구 없이도 적절하게 잘 선택했던 그 책들이다. 숙면연구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자기 직전의 사고는 숙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꿈에서나 잠에서 깨어날 때, 심지어는 다음날까지도 그 여파가 크다. TV에서 뉴스를 보다가 잠드는 사람은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근심이 가득한 채 잠에서 깰 수도 있고, 아우어바흐(「철도원의 작은 집」, 248쪽)의 한가로운 마을 풍경묘사에서와는 달리 하루의 일과에 대한 압박감을 훨씬 크게 느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현실과는 동떨어진 아우어바흐의 평온한 문체와 목가적인 표현은 내적인 평화를 가져다주면서 아유르베다 치료처럼 심신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된다.





잠들기에 좋은 꿈 같은 주제들…숲, 바다, 산, 강, 사계절



독일작가들은 예로부터 평온한 목가의 장인으로 불려왔다. 괴테에서 슈토름과 폰타네를 거쳐 릴케에 이르기까지 고전작가들은 자장가처럼 잔잔한 소설들을 창작해 왔다. 저자는 이러한 책들 중에서 잠들기에 좋은 적당한 양을 고려하고, 조화로운 자연묘사와 한가로운 풍경묘사가 뛰어난 작품들만을 골라 이 책에 담았다.

각 장은 작가들이 아닌 모티브에 따라 나열되어 있다. 숲, 바다, 산, 평지, 강, 소도시, 사계절… 모두 잠들기에 좋은 꿈 같은 주제들이다. 자연경관과 묘사를 통한 이중최면으로 독자들을 마취시키는 폰타네의 「변경의 황야에서」(47쪽), 음울하고 가라앉은 듯한 풍경묘사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릴케의 「어두운 늪」(56쪽), 영혼의 숙면과 조화로운 꿈속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가는 뫼리케의 「성의 정원에서」(81쪽),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꿈의 섬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해주는 아이헨도르프의 「도나우 여행」(107쪽), 한없이 고요한 호수와 깊은 침묵 속에서 애수어린 눈빛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잠속으로 빠져드는 슈토름의 「임멘호수」(139쪽),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여름날의 전원시로 독자들을 달콤한 꿈나라로 이끄는 카루스의 「뤼게 해변에서」(161쪽), 따뜻하고 아늑한 잠자리를 감사해하며 잠들게 해줄 마이어의 「해질녘의 산」(203쪽) 등 다 잠에 취할 수 있는 글들이다. 그 밖에 저자는 다른 좋은 작품들도 간결하게 줄여서 실었다. 졸음테스트를 실시해 방해가 되는 것으로 증명된 곳은 모두 삭제했고, 당시대와 관계된 말들로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다 삭제했다.





깊은 잠과 좋은 꿈, 행복한 다음날을 약속하는 자장가



귓가를 살랑이며 지나가는 바람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보게 되는 산과 들에서, 하늘을 나는 새와 길가의 꽃이며 나무들에서, 연인과의 애잔한 추억을 머금고 있는 호숫가에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즐겁게 웃음짓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작가들은 마음의 평온을 찾았고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행복감을 작가들은 애정을 담아 그려내고 있다. 그 애정이 너무나 따사로워 때로는 등장인물들조차 잠들기도 한다. 옮긴이도 잔잔한 분위기의 서정성 짙은 수묵담채화 같은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동안 내내 헤어나오고 싶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무언가가 끌어들여서 헤어나오려고 할수록 더욱 더 깊이 가라앉는, 나아가 그 가라앉는 느낌 자체를 즐기는 묘한 체험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을 펼쳐든 독자들은 행복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어 내일 아침이면 상쾌하게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대충 훑어보고 넘어가는 독자들도 잠을 이루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시종일관 몽롱한 꿈의 세계를 거니는 듯한 이 책 곳곳에 잠을 부르는 마법이 도사려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매일 불면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친지가 있다면 머리맡에 이 책을 놓아주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문학보다 더 좋은 자장가가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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