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노인

폭주노인

  • 자 :후지와라 토모미
  • 출판사 :도서출판 좋은책만들기
  • 출판년 :2010-06-1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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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고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가출소녀를 유인해서 자택에 감금하고 성추행을 계속해 온 불량노인들, 이불 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이웃집 주부를 총으로 살해한 노인, 동네 술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상대를 총으로 쏴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할아버지, 장시간 책을 읽는다고 주의주는 편의점 점원을 전기톱으로 위협한 노인, 담배자판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 앞사람이 꾸물거린다고 주먹다툼을 벌이다가 살인에까지 이른 초로의 남성, 거북 등에 구멍을 뚫어 개와 연결시킨 채 질질 끌고 거리를 산책하다가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관을 물어뜯은 노인…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하여 뉴스로 보도된 이 끔찍한 사건들은 놀랍게도 하나같이 노인들이 저지른 범죄다. 흔히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지혜롭고 인자로워지는 반면 신체적으로는 나약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가족은 물론 이웃이나 사회에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돌봐드리도록 경로사상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 주변엔 그런 상식과 달리 불가해한 언동으로 갈등을 빚고, 격노 끝에 잔혹한 폭행이나 살인도 서슴지 않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의 노인범죄 검거자가 1989년 9,642명이었던 것이 2005년 46,980명으로 증가했다. 16년 사이에 총 고령자 수는 두 배 증가했는데 범죄자는 무려 다섯 배나 늘어난 것이다. 60세 이상으로 한정하면 2000년 약 4만 명이던 범죄자가 2005년 7만 5천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노인범죄가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이 일으킨 잔인한 범죄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점차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성의 한 70대 어부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젊은이들을 성추행하고 살해했으며,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을 태운 화재도 한 노인의 비뚤어진 이기심으로 인한 방화였다. 또 5년 전 수백 명을 사상케 한 대구지하철 방화 역시 정신이 온전치 못한 50대 남자가 사회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범죄였다. 올 3월 SBS에서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여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노인범죄의 급증을 집중해부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인자하고 지혜로운 노인’이라는 것은 환상인가?



오늘날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격분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끊임없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이기적인 노인들. 이런 노인들을 『폭주노인!』의 저자 후지와라 토모미는 일명 ‘신(新) 노인’이라고 일컫는다.

자유기고가, 소설가이자 가족, 육아, 교육분야를 중심으로 한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면서 지하철 운전수의 정념(情念)을 묘사한 소설 『운전수』로 제107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저자는 지금 사회 곳곳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노인들의 불가해한 언동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 동안 취재에서 얻은 에피소드와 뉴스기사,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명확하고도 부드러운 필체로 탐색해 나간다. 나아가 ‘노인들을 그렇게 만든 배경’은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현재 어떤 느낌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으며 삶의 고충은 무엇인지를 파헤침으로써 오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깊이있게 통찰해 내고 있다.

영양관리와 질병, 체력관리를 통해 옛날 그 나이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젊게 사는 노인들이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지만, 저자는 좀더 깊은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바로 정보화시대, 물질만능시대가 낳은 ‘인간관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이 고립 및 소외되어 가고, 그로 인한 고독감으로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즉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겉도는 현대의 인간관계가 절망과 고독함, 자괴감에 빠진 노인들을 양산해 내고, 이것이 결국엔 분노로 표출되어 범죄에까지 이르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시간’, ‘공간’, ‘마음’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



저자는 우선 새로운 기술이 불러일으킨 변화는 사람들의 태도와 사고방식, 즉 마음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진단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 문명의 이기로 일용화된 휴대폰이나 인터넷은 단지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까지 바꾼다는 것이다.



1장에서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보화되고 휴대화된 현대는 이제까지의 시간감각과 사용법을 크게 변화시켰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 시스템이 가동되며 새로이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는 늘 그 날이 그 날인 삶을 살았던 고령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열 시간씩 걸려야 끝났던 인쇄는 이제 레이저프린터의 등장으로 5분이면 끝나고, 패스트푸드점이나 도시락전문점에 가면 식사도 곧바로 해결되며, 디지털사진관에서는 몇십 분이면 사진을 뽑아볼 수 있고 며칠씩 걸리던 출장도 교통수단의 발달로 하루면 충분한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듯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편리해졌는데도 현대인들이 시간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문한 물건이 제 날짜에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엘리베이터나 신호를 기다릴 때, 식당에서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 있을 때도 느긋하지 못하며, 은행 현금지급기에서도 앞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싶으면 짜증을 낸다. 소풍날이나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가슴을 설레면서 기다리는 기쁨은 이제 먼 옛날 이야기이고, ‘현대의 권력은 시간’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다림을 강요받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침략당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한순간도 낭비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시간과 격투를 벌인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휴대폰, 컴퓨터는 이제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니다. 살아가기 위한 기반, 생활의 토대일 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형식이자 룰이며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이다. 이 새로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적응하기 힘들어 쩔쩔매는 노인들은 결국 정보난민으로서 소외당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2장은 『공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오늘날의 주거공간은 개인화되어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인적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이는 공공공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목소리, 소음, 냄새와 같은 영역에서도 반세기 전의 느긋한 영역감각과는 달리 강력한 영역의식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대부분 ‘개인방’에서 성장한 현대인들과 한 방에서 여러 가족이 함께 살았던 지금의 고령자세대와의 사이에는 쉽게 넘나들기 어려운 괴리가 생기고, 그것이 갖가지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핵가족화, 고령화로 독거노인세대가 많아졌지만, 노인들의 생활범위라고 해봐야 기껏 집에서 몇백 미터 내 이웃뿐이다. 혼자 남은 외로움을 달래느라 동네 술집이나 음식점에 매일 출근하면서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삼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하릴없이 홀로 편의점이며 슈퍼,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노인들도 많다. 자식들을 다 떠나보낸 집에서 서로 마음에 안 들어도 코를 맞대고 살아야 하는 이웃들. 눈에 거슬리는 상대와도 술집에서 만나 커뮤니케이션할 수밖에 없는 협소하고 폐쇄된 정보화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것이 노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고독감과 스트레스에 분노, 불안 등에 파묻혀 들어가는 ‘자신’을 한번 끌어내어 세상에 노출시키고 싶다는 일그러진 자기현시욕구가 어우러져 이불 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이웃집 주부를 살해하고, 술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끝에 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개를 풀어 사람을 물게 하고, 거북 등에 구멍을 뚫어 보란 듯이 끌고 다니는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사건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3장은 『마음』을 주제로 했다. 새로운 서비스산업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태도까지 변화시켰다. 생활의 여러 면에서 나타나는 그 변화는 내면화되어 사람들 마음이라는 깊은 영역마저 삼켜버리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보급에 따른 정보화, IT화를 사회변화의 큰 흐름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그 변화는 풍경의 변화일 뿐이며 표층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의 심층에서 더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 형성 방법이다. 적어도 몇 세대에 걸쳐 천천히 변화해 나가야 할 인간의 내면을 지탱하는 기반이 너무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모퉁이 찻집에서 느긋하게 앉아 주문을 하던 것에 익숙해 있던 노인들은 직접 카운터 앞으로 가서 낯선 메뉴를, 그것도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되도록 빠른 시간에 주문을 해야 하는 스타벅스나 커피 빈의 주문시스템에 당혹스러워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지나치리만큼 정중한 태도로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을 만났을 때의 당혹감도 비슷하다. 정중함이나 친절, 미소는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옛 노인들은 미소나 친절이 마음과 분리될 수 있다는 사실 앞에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 침투해 있는 것이 ‘투명한 룰’이다. 눈에 보이는 행동이나 태도에 지침을 부여하는 매너는 ‘마음’과 분리해도 지킬 수 있다. “왜 저렇게 무능한 부하에게 10만 원이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부조할 때만큼은 매너를 지킨다. 이에 반해 투명한 룰은 각 개인의 심리를 통제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줄을 서는 것은 매너다. 하지만 줄을 흩뜨리지 않도록 잔돈을 미리 준비하고 원활히 계산을 끝낼 수 있게 하려는 조바심의 심리는 투명한 룰이다. 시스템화가 진행되는 사회의 주흐름이 된 투명한 룰은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새로운 행동규범이다. 이 새 규범에 순응하지도 못하고 극복할 수도 없는 고령자들은 시스템화된 사회의 외톨이가 되어 분노를 폭발시킬 수밖에 없다.





노인들의 폭력은 격변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부적응과 고독한 삶을 알리는 절규다!



저자는 ‘폭력을 휘두르는 노인들’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노인을 비난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우리가 ‘노인’이라고 할 때 느껴지는 ‘다정함, 양보, 너그러움, 나약함’을 여지없이 깨뜨린 요즘 노인들 모습에서 급속한 사회변화와 공간적으로 개인화되고 감정적으로는 홀로 고립된 현대인들의 단면이 드러나기 때문에 굳이 ‘노인’을 전면에 드러낸 것뿐이다. 즉 노인들의 폭력을 고독과 소외, 고립감, 그리고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에서 내질러지는 절규라고 인식하고, 그 안타까운 외침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반석이 되어주지 못하는 가족관계, 소외받는 고령자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고 보살피지도 못하는 지역사회, 저마다의 공간에 갇힌 채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어하지 않는 현대인의 성향 등 우리 사회 전체에 잠복되어 있는 문제를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신 노인’을 이해하기 위해 일독을 권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미래상’으로 반드시 읽어야만 할 책이다. 나이들고 노인이 되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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