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가치

양의 탈을 쓴 가치

  • 자 :미하엘 마리
  • 출판사 :책보세
  • 출판년 :2011-01-21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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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가치’ 탐구



“가치는 사회의 토대를 형성하지 않으며 행동지침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확실한 정체성을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판단의 척도’도 아니고 ‘최고의 행동 규범’도 아니다.”

“가치는 이미 오래 전 그 의미를 상실했고, 순진하고 정직한 사람들만이 가치라는 속임수에 넘어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수많은 가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성장한다. 인간으로서 세상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사랑, 평화, 평등, 박애, 휴머니즘, 성실, 존경, 관용 등등.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히 이러한 가치들을 존중해왔고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과연 이 가치들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혹 이 가치라는 게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우리를 속이지는 않았을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인류가 오랫동안 지켜온 숭고한 가치들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가치의 존재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건전한 구축에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가치는 사회 안에서 개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동의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제일 먼저 저자는 이 ‘사회’ 개념의 추상성을 고발한다. 사회는 단지 개인 각자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상상체일 뿐이며, 따라서 특정한 가치들이 사회를 이끌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거짓이다. 가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질서 확립의 기능보다는, 개인의 ‘정체성’과 ‘소통’의 기능에 더 비중이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가치는 타인과 소통함에 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는 수식어 즉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매개체일 뿐이다.

그러나 나의 정체성을 장식하는 ‘가치’ 역시 실천 가능한 어떤 기준이 되지 못한다. 가치는 사회 형성의 토대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을 촉발하는 일관된 기초가 되지도 못한다. 입으로는 선량한 가치들에 대해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그와 완전히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게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따라서 가치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정해주는 무엇도 아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가치는 모순된 형태로 나타나지만 사회 각 영역, 정치, 사회, 종교 간에도 서로 화합할 수 없는 가치들의 충돌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관용이라는 가치는 범죄자에게 마땅한 형벌을 가하는 법체계 안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자유라는 지고의 가치 역시 순정을 요구하는 사랑 관계에서는 모순을 일으킨다.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는 기독교가 역사 속에서 저지른, 지금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폭력 전쟁들은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차 세계대전 당시 총부리를 겨누던 프랑스와 독일 병사들은 성탄절 잠시 휴전을 하고 서로 선물까지 교환하고는, 다음날 바로 무자비한 전쟁을 재개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분명 분열된 가치 혼란 속에서도 ‘미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하엘 마리는 가치의 모순성을 낱낱이 고발하지만 그것이 곧 가치 무용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가치의 은폐된 진짜 기능을 분석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가치는 실천에 옮길 수 없다는 것(가치의 무구속력)이 원래 가치의 본질이며, 바로 이것이 가치가 지닌 강점이자 기능이다. 사회는 가치를 토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사실은 개인의 욕구 충족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항상 타인의 가치를 희생함으로써만 자신의 가치를 쟁취할 수 있다. 사람들은 특정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주장하고 내세우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 자신이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타인을 제압하고 조종하기 위해서 가치를 이용한다. 상대를 자기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조작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치는 ‘실제’가 아니라, 관념이요, 상상이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해 가치는 부풀려지고, 은폐되며 우회적으로 암시되며 무기로 사용된다.

《양의 탈을 쓴 가치》는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한편으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느낄 수도 있다. 내 안의 자기기만, 자기변명의 심리,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자기모순의 불편함을 넘어서 타인의 이중성, 나아가 정치, 종교, 경제 각 사회 분야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과 가치 충돌들을 좀더 객관적인 눈으로, 더 높은 조망권 아래 바라보고 성찰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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