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 Revisited

7번국도 Revisited

  • 자 :김연수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1-04-01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09)
  • 대출 0/5 예약 0 누적대출 47 추천 0
  • 지원단말기 :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TTS)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 신고하기
  • 대출하기 미리보기 추천하기 찜하기
  • qr코드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기에‥‥ 아직도 청춘일까‥‥ ‥



돌이켜보면, 지금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나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지금 이것만 아니라면 뭐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그토록 갖고 싶었던, 그토록 닿으려 했던, 그것(그곳)은 무엇(어디)이었을까.

………이것이 아닌 다른 무엇, 혹은 이것만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





청춘의 희망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마술을 원하는 마음. 한 가지를 제외한 그 모든 걸 원하는 마음.




생에서 단 한 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별들처럼 스무 살, 제일 가까워졌을 때로부터 다들 지금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따금 먼 곳에 있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 말 역시 우스운 말이지만,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모두들.

_「스무 살」, 『스무 살』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둘러싼 기억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죽어간다. 우리는 그걸 ‘학살’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의 날씨를 잊었고, 싫은 내색을 할 때면 찡그리던 콧등의 주름이 어떤 모양으로 잡혔는지를 잊었다. 나란히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던 이층 찻집의 이름을 잊었고, 가장 아끼던 스웨터의 무늬를 잊었다. 하물며 찻집 문을 열 때면 풍기던 커피와 곰팡이와 방향제와 먼지 등의 냄새가 서로 뒤섞인 그 냄새라거나 집 근처 어두운 골목길에서 꽉 껴안고 등을 만질 때 느껴지던 스웨터의 까끌까끌한 촉감 같은 건 이미 오래 전에 모두 잊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이며 목소리마저도 잊어버리고 나면, 나만의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로 가득했던 스무 살 그 무렵의 세계로, 우리가 애당초 바라봤던, 우리가 애당초 말을 걸었던, 우리가 애당초 원했던 그 세계 속으로 완전한 망각이 찾아온다._『7번국도 Revisited』



길지 않은 그 시간을 견디어낸 후에도, 우린 여전히 혹은 때때로 이곳이 아닌 저곳을, 이것이 아닌 저것을,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이기를 꿈꾸지만, 그 지나온 시간의 힘으로,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7번국도 Revisited』는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완전한 망각의 어떤 시간, 그 시간 속으로 우리를 (다시) 인도한다.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_「스무 살」, 『스무 살』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시간을 벗어난 후에야, 다시 그곳을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 아마도.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그 무엇도 새롭게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때가 지나고 나서야 스물하나가 아닌 그 이후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





다시 가본 7번국도, 『7번국도 Revisited』

_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우리는 변하고 변해서 끝내 다시 우리가 되리라는 것.




1997년 겨울, 우리는 작가를 따라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여기에는 없는 ‘그것’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리고, 지금, 다시 떠나는 『7번국도 Revisited』, 다시 찾은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무엇과 만나게 될까.



오직 알 수 없을 뿐. 그저 끝없이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는 길 위에 서 있을 뿐.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오직 알 수 없을 뿐. 수많은 것들, 내가 사랑했던 여자들, 읽었던 책들, 들었던 음악들, 먹었던 음식들, 지나갔던 길들은 모두 내 등 뒤에 있다. 무엇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나는 유령의 존재가 된다.

한쪽 길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 다른 쪽 길로 접어든다.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편지가 날아든다._『7번국도 Revisited』



『7번국도 Revisited』는, 1997년 출간되었던 『7번국도』를, 뼈대만 그대로 두고 작가가 처음부터 다시 쓴, 전혀 새로운 작품이다. 책장을 펼치고 그 길 위에 다시 올라서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지난 십삼 년이 간단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는 것. 그 위(안)에는 소설 속 화자(와 작가 자신)이 지나온 변화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 실제로 작품 속엔 작가 자신이 7번국도를 다시 여행하게 된 이야기부터, 자동차전용도로가 된 후 자전거여행은 할 수 없게 된 사정, 그리고 7번국도를 다시 쓰겠다 마음먹은 이야기까지, 소설 밖 작가의 시간까지도 작품으로 함께 녹아들어 있다. 십삼 년간 눈부시게 성숙한 작가적 역량이 더해져, 형식과 내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이야기의 만듦새는 한층 돋보인다. 그 내용이 조금씩 그러나 전면적으로 바뀌어, 초판에서 보여준 색다른 이야기들의 퍼즐조각들은 오히려 더욱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져 전혀 다른 그림을 만들고 있는 것.

다시 한번, 그-김연수는 여전히 새로운 작가인 것이다.



이렇게, 다시 찾은 그 길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시간이, 변하고 변하고 또 변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러니까―작품 속 ‘카페 7번국도’와 ‘7번국도씨’와 ‘뒈져버린 7번국도’와 ‘7번국도의 유령들’ ‘7번국도의 희생자들’이 그러하듯이―7번국도로 대변되는 모든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우리와 맞닥뜨리는 곳, 얼핏 혼돈스러울 것도 같은 그 길은 그러나, 제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있다. 우리의 청춘이 그러한 것처럼. 엉킨 실타래의 양 끝은 결국 제 갈 길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그 엉켜 있는 시간의 길들을 지나,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변하고 변하고 또 변해서, 결국은 다시 (진짜) 우리가 되리라는 것.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기 위해 사랑했다. 희망은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복수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운명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해도 우리는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거기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오직 맹목적일 것이다._『7번국도 Revisited』



지원단말기

PC : Window 7 OS 이상

스마트기기 : IOS 8.0 이상, Android 4.1 이상
  (play store 또는 app store를 통해 이용 가능)

전용단말기 : B-815, B-612만 지원 됩니다.
★찜 하기를 선택하면 ‘찜 한 도서’ 목록만 추려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