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낙타

  • 자 :정도상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1-08-2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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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왔던 소설가 정도상이 신작 장편소설 『낙타』를 선보인다. 2009년 6월부터 약 3개월간 인터넷 문학동네 독자커뮤니티(http://cafe.naver.com/mhdn)에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은 짧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함께한 고비사막으로의 여행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을 직시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영혼의 속도로 건너가는 생의 고비, 그곳으로 가는 긴 여정



고비사막의 바람 속에서 풍화되고 있는 낙타를 만났다. 늑대가 뜯어먹고 간 뒤 작은 들쥐들이 들락거리며 내장을 파먹고, 독수리가 날아와 마지막 살점까지 청소해버린 낙타의 뼈가 내 정신을 수직으로 세웠다.

제목을 ‘낙타’로 정한 것은 짐승 중에서 낙타만이 유일하게 영혼의 속도로 걷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몽골초원과 고비사막을 건너는 여행이지만, 결국은 자기 내면과 만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_‘연재를 시작하며’에서



이야기는 태양사슴 암각화의 완성을 앞둔 흉노족 화가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한 점만 더 쪼면 태양사슴이 완성될 찰나,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독사에 물려 쓰러져버린 아들의 주검을 앞에 두고 화가는 가슴으로 울었다.



구덩이를 팠다. 아내의 품 안에서 아들을 떼어내 구덩이에 넣었다. 아들의 몸 위에 모래를 덮었다. 이제 떠나면, 아들의 무덤엔 풀들이 무성할 것이다. 그는 며칠 전에 새끼를 낳은 어미 낙타를 끌고 왔다. 어미 옆에 졸랑졸랑 새끼 낙타가 따라왔다. 아들의 무덤 위에서 새끼 낙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큰 칼로 새끼 낙타의 목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새끼 낙타의 목이 잘렸다. 짧은 비명도 없었다. 새끼 낙타의 잘린 목에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 그는 새끼 낙타의 잘린 목을 아들의 무덤 위로 기울였다. 느닷없는 새끼의 죽음에 어미 낙타는 어쩔 줄 몰라하더니 곧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아들의 무덤은 새끼 낙타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어미 낙타는 새끼의 흥건한 핏물 위에서 몸부림치며 뒹굴었다.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와도 어미는 새끼의 피를 뿌린 이 자리를 기억할 것이다. _‘프롤로그’에서



?은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나버린 아들 ‘규’는 내 “옆구리에 절벽 하나”를 만들었다. “한 발만 더 나가면 늪인 줄 알면서, 살짝만 밟아도 덫인 줄 알면서, 그 끝이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가야만 하는”, 어찌해볼 수 없는 마음으로 소설가 ‘나’는 몽골 고비사막으로 향한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데다 자동차까지 고장나 발이 묶여버리는 바람에 다시 출발할 수 있을 때까지 그저 아름답고 쓸쓸한 노을과 황무지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던 내 곁으로, 규가 다시 찾아온다. 영혼이라도 상관없다. 꿈이라고 해도 좋다. 그저 가슴 찡한 반가움과 간절함으로 내민 나의 손을 규가 꼬옥 잡아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규의 손을 잡고 우리는 바람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몽골말로 고비는 황무지란 뜻이다. (……) 생의 한 고비를 간신히 넘으면 또 만나게 되는 고비, 어쩌면 나는 그 고비를 건너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고비의 한복판에서 나는 물었다. 내가 낙타를 타고 가고 있는지, 아니면 낙타가 나를 타고 가고 있는지 모를 시간이 생의 바깥에서 강물처럼 흘렀다. 고비를 넘지 못하고 상처를 받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말한다. 타인 혹은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상처를 준 것은 언제나 ‘나’였다. 내가 준 상처 때문에 나는 언제나 아팠다.



규에게 세월을 견뎌내는 그림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 삼천 년 전 흉노의 암각화를 보러 떠나는 그 길에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사귀었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는 그곳에서는 양이나 염소도 친구가 되고, 나무와 바람도 스승이 된다. 안산의 냄비공장에서 일하다 오른손가락 세 개를 잃고 돌아온 조르흐도, 한국으로 일하러 갔다가 병을 얻어 돌아오지 못하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녀 체첵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가슴속에 간절한 소망 하나 품고 이 생을 묵묵히 걸어나가는 인생의 길동무이다.



규는 나무로 갔다. 두 손을 나무에 가만히 붙이고 눈을 감았다. 대지를 움켜쥔 뿌리가 온 힘을 다해 빨아올리는 어떤 신령한 기운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홀로 외롭지 않아?”

규가 나무에게 물었다.

“하하, 외롭거나 외롭지 않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따로 있으니까. 내 옆으로 말과 낙타를 탄 유목민들이 수없이 지나가는 것이며, 내 그늘 밑에서 그들이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이루는 것도 보았어. 사랑의 실패도 보았고, 실연의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도 보았지. 전차와 자동차를 앞세운 외국 군인들이 유목민들을 쫓아내는 것과 내 몸에 묶인 승려가 군인의 총에 사살되는 비극도 겪었어. 그래도 시간은 위대해서 군인들도 떠났고, 유목민들이 양떼를 몰고 돌아왔어. 다시 또 유목민들은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소박하게 살고 있지. 그것들을 보느라 외로울 틈도 없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난 암각화. 얼음처럼 차가워진 바위를 맨몸으로 껴안으면서까지 태양사슴을 완성하려 했던 흉노족 화가의 그 예술혼을 떠올리며, 지금까지의 나는 ‘낡은 나’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와 직면하지 못했음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리고 차마 묻지 못했던 말…… ‘규야, 무엇이 널 그렇게 힘들게 했어?’



“이제 가야 해, 아빠.”

규가 말했다.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가지 말라고 손을 꼭 붙잡고 애원하고 싶었다.

“저 낙타를 타고…… 춤추는 별로 갈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규는 천천히 암각화 속의 낙타를 불러냈다. 삼천 년 전의 낙타가 돌 속에서 성큼 빠져나왔다. 마치 그 긴 세월 동안 돌 속에 갇혀 규를 기다려왔다는 자세였다. 규는 안장도 없이 낙타의 등에 훌쩍 올라탔다.

“여행 즐거웠어, 아빠.”



예술가의 눈으로, 아버지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한 문장 한 문장은 읽는 이의 가슴을 때로는 뜨거운 눈물로 적시고, 때로는 아프게 베어낸다. 그러나 생에는 아픔과 눈물만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도 있음을, 그 기쁨과 즐거움들이 오히려 생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딜 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더듬어간다.

이제 『낙타』와 함께 우리 내면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낙타’를 타고 무사히 생의 고비를 건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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