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자 :공선옥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1-08-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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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_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에서





“그들이 가장 예뻤던 때, 스무 살의 겨울이었다.”



꽃향기만으로 가슴 설레는, 그 고운 청춘의 시절에, 그러나, 나는, 그리고 해금이는, 해금이의 친구들은 참 슬펐다. 속절없이, 속절없이, 꽃향기는 저 혼자 바람 속에 떠돌다가, 떠돌다가 사라지고 나는, 해금이는, 해금이 친구들인 우리는, 저희들이 얼마나 어여쁜지도 모르고, 꽃향기 때문에 가슴 설레면 그것이 무슨 죄나 되는 줄 알고, 그럼에도 또 꽃향기가 그리워서 몸을 떨어야 했다.

_‘작가의 말’에서



젊다는 것, 그리고 ‘청춘’이라는 말은, 어쩌면, 아파할 줄 안다는 것의 다른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플 땐 얼굴을 찡그리고, 부끄러울 땐 얼굴을 붉히고, 슬플 땐 눈물을 흘리고, 사랑을 느낄 땐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알고, 화가 날 땐 화를 낼 줄도 아는 것……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누군가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가르친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슬퍼도 의연하게, 부끄러워도 그렇지 않은 척, 너무 좋아도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 그런 것들이 어른스러운 것이고 ‘쿨’한 것이라고,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이제 또다시 불안하고 괴롭고도 행복한 글쓰기의 여정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제목을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제목을 빌려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했다. 시에서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불행했고 나는 쓸쓸했었다고, 멋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내 마음은 딱딱해졌다고 적는 한편,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불행하고 쓸쓸하고 멋부릴 기회를 잃어버린 와중에도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을 보았고 금지된 담배연기를 들이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해하면서도 이국의 달콤한 재즈 음악을 마구 즐겼다는 문장이 있다. 어쩌면 시인의 고백일 것이다. 때문에 시인은 결심했다고 했다. 나이 들어서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그린 루오 할아버지처럼 될 수 있는 한 오래 살자고.

그 시를 읽으며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말하자면 이 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말하자면 스무 살 시기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관한 이야기다.

_‘연재를 시작하며’에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 시절’, 우리가 가장 예뻤던 그때의 기록입니다. 진솔한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온 작가가 그리는, 우리 모두가 가장 예뻤을 때, 그 스무 살 시기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 안엔, 가장 아픈 시대를 가장 예쁘게 살아내야 했던 젊은이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친구들이 죽어나가고, 대학생이던 친구가 공장에 취직을 하고, 아빠 없는 아이를 낳고, 그리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 모든 일들이, 감정들이 숨길 틈 없이 다투어 튀어나왔던 그 시기의 이야기들입니다.



우리는 하염없이 걸었다. 딱히 무슨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할 말도 없었다.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나는 좋았다.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을 보면서 환이 염소처럼 웃었다. 달 떠오르는 게 좋아서 그런다는 것을 나는 금방 알았다. 하루 종일 타오르던 태양이 짙은 석양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염없이 걷기만 해도 그저 좋기만 했던 그때,



싱거운 웃음이긴 하지만, 웃고 나서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오래, 웃지 못했다는 것을. 그야말로 에누리 없이, 근심걱정 하나 없이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가.

누가 웃지 말라고 해서 웃지 않은 것은 아닐진대, 꼭 누군가 웃는 것을 용서치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인가. 어쩌다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치 행복한 순간에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혹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내 집 창밖에 지금 누군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지는 않은가, 노심초사해야만 겨우 안심이 되는 이 못 말릴 습성이, 노인네들처럼 온갖 세상 근심걱정 다 떠안아야만 겨우 내가 사람 노릇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이 딱한 습벽이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겐 설명할 순 없어도, 그래도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그때,



오래 전에 잊었던 어떤 절절한 그리움의 감정이 밀려왔다. 그것은 노란 것들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노란 초가집, 노란 흙마당에 노닐던 노란 병아리, 따뜻하고 노란 장판에 스며드는 노란 햇빛, 노랗게 흩날리던 송홧가루……

누군가가 그 불빛에서 한줌의 온기라도 채울 수 있다면, 나 기꺼이…… 붉을 밝히리라.



누군가를 위해 노란 불빛 하나 밝히고 싶었던 그때, 말입니다.







2009년 1월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인터넷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http://cafe.naver.com/mhdn)에 일일연재되었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 시절의 이야기이면서, 곧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나고 보면) 언제나, 가장 예쁜 한때를 지나고 있으니까요.

만 십팔 년, 작가 공선옥은, 느리게, 단단하게, 조용하게, 천천히, 그렇게 우리 곁에 있어왔습니다. 진솔한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입담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하며 다른 어떤 작가보다 더 핍진하게, 따뜻하게 우리의 모습을 그려 보인 작가이기에, 그가 그려 보인 청춘의 한때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작가 공선옥과 그의 해금이, 그리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깔깔거리고, 눈물짓고, 한숨짓고, 가슴 설렐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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