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자 :황현진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1-11-2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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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황현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안보윤, 정한아, 장은진…… 기발한 발상,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문장으로 패기만만한 세계를 펼쳐 보였던 이들 작가를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이 열여섯번째 수상작으로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를 선보인다. 뛰어난 구성력과 완결성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불량한 듯하면서도 어리숙한 용화공고 삼학년생 ‘태만생’을 앞세워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를 통과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과장된 상처 없이, 자기연민 없이, 신선한 리듬이 살아 있는 위트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을 펼치게 될 누구라도, 한두 문장으로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탁월한 재치와 삶의 이면을 헤집어 그 진면목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성숙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진품일 리 없는 삶, 부족한 건 딱 일 센티미터뿐!



슬플수록 농담을 하라. 엄마의 말이다.

기쁠수록 열심히 춤을 춰라. 아버지의 말이다.

당분간 춤을 출 일은 없을 것 같고,

별의별 농담을 쏟아내야 할 날들이 이어졌다. _본문에서





우리 집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101-9번지이다



부모님이 ‘나’만 두고 아메리카로 이민을 가신단다. 공고생에게도 삼학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설상가상 당장 내일모레부터 들어가 살라고 집까지 마련해두셨다는데. 괜히 대학 가겠다고 거짓말했다가 혼자 남게 생겼다. ‘이촌역’의 ‘이’가 왜 lee가 아니라 yi인지도 모르면서 무슨 이민을 가겠다고. 우리 집 주소는 이제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101-9번지가 아니다.





“하이, 마이 네임 이즈 만생.”



태화 아버지네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고 태화가 일하는 이태원 짝퉁가게에서 같이 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장을 처음 만난 날, 키가 몇이냐는 악의적인(?) 질문에 고작 일 센티미터 더했기로서니 대놓고 나를 짝퉁 취급이다.



이봐 태화 친구. 내 말 고깝게 듣지 말고 잘 들어. 네가 사람들한테 네 키가 백칠십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말이야. 너란 놈은 진짜로 백칠십인 남자들 사이에선 짝퉁밖에 안 돼. 뭐, 고작 일 센티 차이니까 A급 짝퉁이야 되겠지. 하지만 말이야, 어느 날 네가 갑자기 네 키를 백칠십일이라고 속이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겠냐. 너는 그 순간부터 바로 B급 짝퉁이 되는 거야. _본문에서





마음이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



내가 공고생이 된 건 다 짝사랑하는 오선 때문이다. 이상형이 공고생일 건 또 뭐냐고. 자긴 중딩은 싫다며 오빠들이, 이왕이면 공고생이 훨씬 좋단다. 두고 봐라, 네가 원하는 대로 공고생이 되어줄 테다. 그렇게 나는 공고생이 된 거다. 오선과 확실한 사이가 되기 위해 태화와 작전을 짰던 밤, 오선을 따라온 동네 친구 유진을 어떻게든 먼저 재우기 위해 원샷, 원샷, 무조건 원샷을 외치다가 내가 먼저 뻗어버렸다. 어라? 그런데 내 위로 덥석 쓰러진 유진의 입술이 어느새 내 입술에 맞닿아 있다……?





참 훌륭한 태화 새끼



새로 이사한 자취방에서 다 같이 술을 마시다가 오선과 태화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는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그런데 정작 태화 새끼는 여자랑 키스하는 게 하나도 좋지가 않았단다. 이 자식은 설상가상 여자랑 자고 싶은 마음도 안 든단다. 그러면서 자기랑 뽀뽀 한 번만 해보잔다. 남자랑 뽀뽀를 하고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들면 그냥 스스로를 발기부전이라 진단하겠다고. 태화야, 취지는 좋은데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다. 나는 여자가 더 좋다니까.

그나저나 미국으로 떠난 엄마 아빠에게선 여태 전화 한 통 없다. 마음만 먹으면 나도 얼마든지 갈 수 있어. 지구본만 봐도 태평양은 고작 두 걸음만으로도 충분히 건널 수 있는 바다라고!



아프다, 라는 말은 참 발음하기 쉬운 낱말이다. 받침도 하나 없고 된소리도 없다. 그저 입을 벌려 숨만 내쉬어도 아, 파, 라는 소리는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세종대왕은 아무래도 큰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얼마나? 왜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않고, 얼마나 아프냐고 물을까. _본문에서





“미안해. 널 이렇게 외로운 아이로 만들어서. 널 더 근사한 아이로 만들어줄게. 좀더 따뜻한 아이로 만들어줄게.”



그녀의 소설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미국 이민을 가기로 결심한 부모님에게 ‘나’(참고로 이름은 태만생이고, 용화공고 삼학년이다)는 커다란 캐리어를 사드린다. 그 가방을 선물받은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그 안에 자기 자신을 넣어보는 것. 그리고 말한다. “만생아, 너도 들어와봐. 여기서 너랑 나랑 둘이 살아도 되겠다.” 곧이어 아버지가 캐리어 안에 몸을 넣는다. ‘나’는 서로 이마를 맞댄 채 캐리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부모님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찍는다. 그녀의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만들 줄 아는 작가라면 믿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원고지가 200매를 넘어가면서, 용화공고 삼학년에 다니는 태만생군은 그녀의 뜻과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가만히 있던 아이. 그녀가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면 했고, 부모님을 미국에 보내라면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는 자신의 곁에 서 있는 만생이를 보게 되었다. 만생이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그녀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은 이야기가 그 아이에게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_윤성희, ‘수상작가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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