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의 시선

메두사의 시선

  • 자 :김용석
  • 출판사 :푸른숲
  • 출판년 :2010-07-0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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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이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간과 사물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인간의 존재 자체까지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에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과학-기술이 이끄는 변화를 분주히 뒤쫓는 인간에게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만이 철학의 역할인가? 철학의 비판적 기능 이상으로 창조적 기능을 중요시하는 철학자 김용석은 첫 책《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이후로 줄곧 과학과 기술이 결합해 낳은 문명적 성과물이 우리 일상과 문화에 초래한 변화를 직시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현재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미래적인 문화 이론을 제시해왔다.

《메두사의 시선》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대 과학이 구축한 새로운 삶의 조건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변해갈지, 또 그 변화한 인간은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창조해갈지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쏟아져 나오는 미래 예측서들과는 전혀 다른, 철학자만의 고유한 이야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신화 속 상징과 은유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질문하고 성찰하고 상상해볼 수 있도록 ‘생각의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이 책에서 신화는 단지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급격히 변화하는 인간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변화, 변신의 서사로서 훌륭한 사유 매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메두사의 상징을 통해 자연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려는 과학의 욕망을 보여주는 1장과 과학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광기에 이를 가능성이 그 모체인 철학, 즉 지혜를 사랑하는 행위에 원초적으로 내포되어 있음을 ‘사랑의 신’ 에로스를 통해 지적하는 2장에서 과학과 철학의 본질적 속성, 필연적인 전개 방향을 제시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이어지는 열 개의 장에서는 가치중립성을 고수하며 인간을 바라보지 않고 질주하는 ‘과학’을 향해, 끊임없이 인간의 길을 묻는 ‘철학’의 모습이, ‘신화’의 상징을 통해 펼쳐진다. 신화, 과학, 철학이라는 이 책의 세 주인공은 ‘과학-기술이 예술과 결합해 창조한 실재와도 같은 세계는 인간에게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올 것인가?’, ‘로봇이라는 새로운 타자를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뇌과학의 시대, 영혼의 탐구는 유의미한가?’ 등등 21세기의 두 번째 ‘십년기’에 들어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제기하고 있다. 독자는 그 질문들을 숙고하여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동안 실험적 사유를 즐기는 철학 에세이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 변화하는 인간의 미래를 전망하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변화하는 인간’에 대한 사유이다. 저자는 20세기까지의 철학이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을 전제로 그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었다면,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삶의 조건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생물학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인간이 지금과 다른 존재로 진화해갈 가능성이 명백해진 21세기에는 변화해가는 인간을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칸트의 네 가지 질문, 즉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무엇을 바라도 되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요약되는 근대 철학의 관심을 기본 전제에서부터 뒤엎는 생각으로, 인간을 진화의 종점이자 철학의 유일한 대상으로 보던 관점을 폐기하고 새롭게 ‘인간은 무엇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에 대한 사유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 질문을 지금 이 시점에 던지고 있는 것일까? 그는 전작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 창조성을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으로 꼽았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생명력을 발휘하고, 그 피조물을 통해 삶을 확장하거나 역으로 통제당하기도 하며,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자신을 발견해가는 존재이기에 무엇보다도 ‘문화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21세기의 첫 ‘십년기’를 보내는 지금, 인간은 자신이 만든 문화적 성과물에 의해 급격히 변화해가는 환경에 처해 있다. 문화의 변화는 자연히 인간의 변화를 이끈다. 인간이 지구 밖에 상주할 가능성, 인간 아닌 존재를 만들거나 만나게 될 가능성이 눈앞에 닥쳐온 시대에 더 이상 ‘인간 안’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는 현재를 직시할 수도, 미래를 전망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미 현실이 된 것을 해석하고 반성하는 ‘사후(事後)의 사유’가 아니라 미래를 통찰하고 준비하는 ‘사전(事前)의 사유’가 21세기 철학의 역할이라 믿는 저자에게 이는 절박한 문제의식이었다. 그러한 절박함이 바로 ‘인간은 무엇이 되고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과 ‘인간 밖’을 사유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낳은 것이다.





변신의 서사인 신화에서 인간의 현실을 읽는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간 이해를 시도하는 저자가 그 매개로서 신화의 메타포를 택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고대의 신화가 어떻게 현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신화가 변신, 변화의 서사라는 점에서 찾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어떤 일이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그 원인을 찾아 인과관계로 정리하려는 인간 인식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인과성에 대한 욕구가 지나쳐 때로 합리적이지 못한 원인까지도 강박적으로 찾아내 믿어버리곤 하는데, 이런 ‘인과적 믿음’은 변하지 않는 초월적 원인, 즉 불변의 신화를 창조해내려는 욕구로 이어진다. 종교적 믿음은 물론이고 과학적 탐구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항상성, 한결같음의 매력에 쉽게 빠지는 인간이기에 변신, 변화의 서사가 내포하고 있는 풍부한 의미, 창조적 해석의 가능성이 현실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고대의 신화가 현실과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사의 은유 속에서 인간성의 다양한 모습과 소통하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이러한 ‘신화의 현실감’에 전제되는 것이 ‘변화’라는 사실이다. 현실 세계를 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변화를 전제해야 한다. 신화가 현실의 거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불변의 고착성 때문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가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자연사의 은유는 당연히 변화에 대한 은유이다. 자연은 엄청난 변화의 덩어리 그 자체이다. 신화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양한 ‘변화’의 서사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_ 본문 중에서



이 책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듯이 신화를 ‘신’을 중심에 두고 읽는 게 아니라 ‘이야기’, 즉 신들이 펼치는 ‘변화와 변신’의 파노라마를 중심에 두고 읽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과거에 묶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훌륭한 사유 매체가 되어 인간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평가로 회복되고,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측으로 소환된다.”라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의 주제뿐만 아니라 구조까지도 함축하는 문장이 된다. 과거의 이야기인 신화는 변화의 서사로서 재평가되어 현재적인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그 변화의 궤적이 은유하는 바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되어 오늘 우리의 문제로서 소환된다.





인간을 넘어선 인간학을 가능케 한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



앞서도 말했듯 이 책은 인간과 세계의 변화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 변화를 이끄는 것은 바로 과학-기술의 발달이다. 이 책에서 과학-기술은 인간에게서 비롯했지만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들을 낳으며 인간에게 수많은 난제를 던지고, 심지어는 모체인 인간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적극적인 주체로 등장한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단지 인간 삶의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도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진화해나가며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대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기술의 최신 성과들에 주목하여 그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철학자로, 과학과 철학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은 국내 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 철학에 과학-기술의 엄청난 생산력을 경계하는 역할만을 기대하는 구시대적 인문학의 시선에서 탈피하려는 저자의 생각에는 철학이 인간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는 통찰이 깔려 있다. 필로소피아, 즉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의 철학은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과학의 모체이기도 하고, 지를 사랑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태도는 인간의 한계를 넘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언제든 ‘애-인(愛-人)’의 태도를 버리고 완벽한 앎을 향한 욕망으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철학의 정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함으로써 과학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인간 이외의 존재, 인간 세계 밖에 대한 사랑을 인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획기적 성장의 기회로서 사유할 수 있는 혜안을 얻었다. 즉 과학과 철학을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옴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변증적 관계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 진화생물학, 로봇 공학, 우주 개발 등 최첨단 과학의 성과들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그것이 인간과 함께 진화하며 서로에게 가져올 변화의 의미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정교하게 연결한 작품이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더 이상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우리 시대에 인간에 대하여 꼭 필요한 핵심적인 통찰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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