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왜 비쌀까

이 그림은 왜 비쌀까

  • 자 :피로시카 도시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출판년 :2013-06-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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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화가는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그림의 가격을 좌우하는 미술 시장의 비밀과 미술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미술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미술품 투자 열풍에 힘입어 미술품 경매에 관한 드라마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미술계의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질 법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화제의 핵심에 놓인 미술 작품들의 가격이다. 몇 십 억짜리 현대미술 작품에서 위작으로 판명된 유명 화가의 작품까지,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가격의 미술품들이 연일 미술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러 미술관이 아닌 경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명작의 가치는 경매가의 순위로 결정되는 듯하다.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미술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가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비싼 것일까? 왜 사람들은 미술 작품에 그토록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일까? 과연 무엇이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걸까?

《이 그림은 왜 비쌀까》는 미술 시장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증을 품었을 법한, 미술 작품의 가격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흥미로운 책이다. 미술 시장의 형성부터 유명한 수집가들의 미술품 컬렉션은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왜 반 고흐처럼 불행하게 살았던 화가들의 작품이 더 비싸게 팔리는지, 미술관을 후원하는 ‘큰손’들의 속셈은 무엇인지 등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수집가와 화상, 화가들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독일 작가인 우고 도시의 부인이며 법률가이자 미술자문가인 저자 피로시카 도시는 미술사에서 찾아낸 다양한 예와 더불어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미술 시장을 지배하는 근본 원리가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가를 밝혀낸다. 화려한 미술품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와,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흥미롭게 구성한 이 책은 미술 시장의 거품 낀 장밋빛 미래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기존의 미술교양서의 한계를 넘어 미술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얻게 해줄 것이다.





수집가와 화상, 열정이라는 수식어 뒤에 감춰진 욕망



미술품이 돈으로 바뀔 때, 미술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술가는 작품을 생산하고, 화상은 그것을 시장에 내놓고, 비평가는 그것을 유명하게 만들고, 미술관은 작품에 고상함과 성스러움을 부여해야 하며, 수집가는 그에 맞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이 미술 시장을 작동시키는 기본 원리이다.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수집가와 화상이다. 이들은 직접 미술 작품을 사고팔면서 가격을 정하고, 미술 시장에 자본을 유입시키며, 어느 작품에 투자를 할지 결정하는 미술 시장의 핵심적인 임무를 맡는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바로 영국의 거물 컬렉터 찰스 사치다. 작품을 개별적으로 구입하지 않고 묶음으로 사고파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골드스미드 칼리지의 학생이던 대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구입했고, 곧 골드스미드 칼리지의 여러 젊은 미술가들의 파격적인 작품을 전시하여 그들이 미술계의 주목을 받도록 만들었다. 대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경매장에서 값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데에는 찰스 사치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수집가들은 단지 미술품을 사들이고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행위 자체로 미술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술품 수집의 역사에서 메디치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광범위한 예술 작품 수집과 미술가 후원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웠다고 평가받는 메디치 가문은 왜 그렇게 예술품을 수집했을까? 메디치 가문은 고리대금업으로 막강한 부를 축적하고 정치적인 권력까지도 지니고 있었지만, 당시 고리대금업은 교회에 의해 가장 나쁜 죄로 낙인 찍혀 있는 상황이었다. 메디치 가는 자신들의 죄를 사하고 천국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타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 후원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세속적인 부와 종교적인 경건함은 예술 작품 속에서 교묘하게 혼합된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수집가들이 그들이 말하는 ‘예술에 대한 열정’보다는 돈이든, 죄를 사하기 위함이든,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고자 하는 욕망에 떠밀려 정신없이 그림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화상은 미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초기의 화상은 단순히 그림을 판매하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 시대에 부유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예술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자, 재능이 부족한 화가들의 작품까지도 마구잡이로 거래되는 일이 생겼고, 화상들이 좋은 그림과 저질 그림을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화상의 지위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이후 유럽의 화상들은 북유럽 장르화에 대한 수집가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19세기 아카데미와 비평가들에 맞서 인상주의를 옹호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에 대한 수호자라는 인식과 함께 유럽 미술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다고 화상들이 말 그대로 예술의 수호자는 아니다. 화랑을 소유한 화상들은 자신이 점찍은 화가의 그림을 사서 화랑의 재고 목록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그 화가들이 명성을 쌓을 수 있도록 전시회를 조직하고, 비평가를 독려하고, 수집가들에게 그들의 그림을 사도록 부추긴다. 앙브루아즈 볼라르, 다니엘 앙리 칸바일러 등의 화상들이 화가들을 계획적으로 ‘육성’하고 그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된다.

이 밖에도 수집가들의 예술적 취향이 비슷해지는 이유, 미술관과 수집가 사이의 권력 관계, 기업과 미술관의 은밀한 거래, 뉴욕이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까닭, 예술품을 차지하기 위한 경매 회사의 전략, 경매가와 화랑의 가격이 차이 나는 이유 등 한번쯤은 궁금증을 가졌을 법한 미술 시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화가와 미술 작품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화가와 미술품은 수집가와 화상에 의해 신화에서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미술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화가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빈센트 반 고흐의 예를 살펴보자. 광기와 실연, 자살이라는 반 고흐의 비극적 생애는 그의 작품에도 똑같은 아우라를 심어놓았다. 그는 삐딱한 자신의 침실을 있는 그대로 그렸을 뿐이지만 후세의 사람들은 그것을 예술에 대한 광기 어린 열정으로 받아들였다. 평론가인 율리우스 마이어 그레페가 반 고흐를 ‘싸우고, 패배했지만, 승리를 거둔 인간’으로 칭하면서 만들어진 그에 대한 신화는 세월이 흘러도 무너질 줄 모르고 그의 작품이 세계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하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젊은 나이에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장 미셸 바스키아는 ‘현대판 반 고흐’로 불릴 만큼 고흐의 상품화 과정을 많이 닮아 있다. 고단한 일생, 짧은 삶, 비극적인 죽음 등이 그렇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살아 있을 때부터 스스로 상품이 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비평가들의 눈에 띄어 보호를 받았고, 팝아트의 황제인 앤디 워홀과의 친분도 그의 주가를 상승시켰다. 게다가 흑인이며 버림받은 거리의 아이었던 바스키아를 백인들의 미술 세계에 들여다 놓음으로써 인종주의와 죄책감을 상쇄시키고자 하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으리라고 저자는 미국의 미술비평가 로버트 휴스의 말을 빌려 이야기한다.

이렇게 죽은 후에도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미술가들이 있는가 하면, 미술가라는 직업 이외에 생업으로 다른 일을 하는 가난한 미술가들 역시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미술가들의 양극화 현상은 미술가들의 역사적 발전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부자들의 지원을 받으며 풍족하게 생활하지만 후원자의 요구에 맞는 그림만 그려야 하는 종속적인 수공업자의 역할에 환멸을 느낀 화가들은 18세기에 이르러 자유로운 창조자가 되기 위해 독립을 선언했다. 그렇게 화가들은 자유를 찾았지만, 동시에 경쟁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보헤미안 같은 낭만을 강조하던 유럽의 미술가들과 달리, 미국의 미술가들은 사람들에게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훌륭한 사업이 가장 훌륭한 예술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은 부와 명예가 보장된 성공한 현대의 미술가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미술가들이 예술은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고, 미술에서 성공하는 데는 재능이 결정적인 요소이며, 빈부귀천이 미술가로 성공하는 데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백일몽에 빠져 있는 사이에, 소수의 스타들에게만 수요가 집중되는 승자 독식 현상이 만연한 미술계의 현실을 이 책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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