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로마니아

메갈로마니아

  • 자 :온다 리쿠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3-10-12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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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말할 수 없는 희열이 온몸에 차오른다.”



한 줄의 지평선, 녹색 그러데이션, 떠도는 개들, 원색의 꽃…

태양 아래 만물이 저마다 윤곽을 드러내는 곳

온다 리쿠, 라틴아메리카에 물들다




추리소설가 온다 리쿠, 라틴아메리카에 가다. 중남미 고대문명을 조명하는 NHK 방송 프로젝트의 일부로 여행기를 써줄 것을 제안받은 그녀, 잘 알려진 대로 고질적인 비행공포증을 호소하며 거절했지만 결국 여행길에 오른다. 그런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열한 번의 비행 일정과 상상력 풍부한 작가조차 주눅들게 하는 고대문명의 거대한 광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중남미 고대문명에 심취했음을 고백하며 잔뜩 신이 난 아이처럼 멕시코, 과테말라, 페루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 쉴새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중에서도 마야, 잉카, 아스테카 같은 중남미 고대문명은 내게 화려한 스타였다. 고도의 천문학 지식과 유례없이 정확한 달력을 비롯해 완성된 문자 체계와 숫자 0의 개념까지 갖추고 있었던 마야. 면도날 하나 들어갈 틈 없는 멋진 석조 기술로 다양한 건축물을 쌓아올리고, 황금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황제가 군림했던 잉카. 태양신을 숭배하고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쳤던 용감한 아스테카. 잔혹함과 세련미를 겸비한 신비의 민족, 그리고 미지의 문명. 돌연 역사의 무대에서 모습을 감춘 미스터리한 사람들. 어렸을 때 떠올린 이미지는 이런 것들이었다. _본문에서(30쪽)





작가적 상상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거대한 땅

라틴아메리카를 질주하는 온다 리쿠의 과대망상 여행기!




제목을 정하지 못하면 글을 시작하지 못한다는 온다 리쿠가 라틴아메리카 여행기를 써보자고 제안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제목은 과대망상이라는 뜻의 ‘메갈로마니아Megalomania’다.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이나 소설의 소재가 될 만한 망상을 현실의 여정에 가득 넣은 여행기를 쓰려는 의도였다. 스스로를 과대망상가라 칭하는 작가답게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여행기를 써냈다. 밤 비행기를 타고 멀어져가는 멕시코시티를 내려다보며 영화 <미지와의 조우>에 등장하는 우주 항공모함을 떠올리고, 여행하는 시간이 현실이고 평범한 일상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빠졌다가, 박쥐 동굴에 가서는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페루 오얀타이탐보 마을의 돌담을 보고는 돌을 빵처럼 가마에 구워 나르는 생각을 한다.

고대문명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라틴아메리카의 색채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청명한 하늘, 도롯가에 쌓인 주황 과일, 떠도는 개들, 파란 자수가 놓인 새하얀 민속의상을 입은 여자들, 사람들의 순박한 표정, 비단으로 둘러싸인 듯한 쿠스코 밤거리…… 온다 리쿠가 그려내는 라틴아메리카는 읽는 이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여행 내내 온다 리쿠의 마음 한 쪽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화려했던 문명과 도시가 다 스러진 모습을 ‘빛바랜 보석’에 비유하면서, 현대 문명 또한 멸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낀다. 온다 리쿠는 폐허가 된 거대한 옛 건축물을 보며 사라져가는 것의 허망함을 감지하는데, 이는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현대 문명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도시의 흥망성쇠라는 것이 이리도 무상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나는 항상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우울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내팽개쳐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 인류가 생명으로부터, 진화로부터, 아니 그와는 다른 무언가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고를 받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_본문에서(190쪽)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을 소설로,

여행기와 소설의 태피스트리




이 책에는 여행기 말고도 짧지만 강렬한 소설 다섯 편이 실렸다. 모두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으로, 여행기와 절묘하게 어울려 색다른 여행의 맛을 전한다. 코훈리치 유적에서 만난 대학생 무리는 으스스한 유적지에서 불길한 사건을 예감하는 주인공이 되고,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얀타이탐보는 ‘황금 씨앗’을 간직한 신비로운 마을이 되고, 대형 호텔이 가득 들어선 칸쿤은 어느 커플의 휴가지가 된다.



마리아의 집은 작은 여관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나라의 이상하게 생긴 깊은 계곡 밑바닥에 자리잡은 네모반듯한 오래된 촌락에서 잉카 제국 시절의 오랜 옛날부터 죽 삼면의 산길을 따라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받는다. (…) 바닥 위에 작은 가죽주머니가 떨어져 있고, 입구가 살짝 열려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한 금빛을 띤 콩알만한 돌이 하나 떨어져나와 있었다. 마리아는 그것을 가만히 들어올렸다가 깜짝 놀라 바로 던져버렸다. 돌은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얼마 크지도 않은데, 그 안에서 불이 타고 있는 듯 뜨거웠다. 돌 씨앗? 이것을 어딘가에 숨기지 않으면 안 돼.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작은 가죽주머니를 주운 그날 밤부터 마리아의 긴 악몽이 시작됐다. _최후의 프롤로그(263-268쪽)





지금의 나를 만든 어린 시절부터 작가로서의 불안까지,

여행지에서 털어놓는 온다 리쿠의 내면 이야기




소설 뒤에 숨어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온다 리쿠는 이번 여행기에서 수다쟁이가 된다. 그녀의 창작 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담부터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까지, 가는 곳마다 흥미로운 일화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특히 애주가로서 풀어놓는 술과 음식 이야기는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한다. 또한 스스로를 ‘평원 페티시스트’라 부르며 대평원에 집착하는 모습이나,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껏 달았던 휴대전화 고리가 우주선이나 비행기처럼 모두 하늘을 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독특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페루 요리 중 유명한 세비체ceviche라는 해산물 마리네(생선이나 고기에 식초와 향신료 등을 섞은 요리?옮긴이)를 주문했다. 일본 마리네에 들어가는 생선살은 투명할 정도로 얇지만, 이곳 마리네는 큼직하게 썰린 생선살이 역동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날은 심황을 넣어 카레 향을 살린 것을 곁들였는데, 맛이 꽤 좋아서 맥주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_본문에서(184쪽)



온다 리쿠는 이번 여행에서 작가로서의 불안과 한계를 실감한다. 잔뜩 기대를 품고 마주한 유적들은 그녀의 상상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작가로서의 열패감을 느낀 온다 리쿠는 자신의 기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활동적이지 못한 자신의 작가적 성향과 부족한 지식을 인정하고, 기존의 방식대로 글을 쓰면 독자도 작가 자신도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고 말한다. 독자 앞에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도 온다 리쿠는 진솔하게 이야기를 잇는다. 책상 앞에 앉아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답답함을 토로하거나, 고대 조각품을 집안에 두면 글이 잘 써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거나,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호텔에서 겪은 악몽인지 실제인지 모를 경험이 이국의 글쟁이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일어난 일이길 바라던 모습에서 글쓰기의 고됨과 작가의 속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다. 마야든 안데스든 잉카든 모두 그 광경이 무시무시하다. 압도적인 모습에 나는 말을 잃었고, 머릿속은 점점 비어갔다. 소설의 소재를 찾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내 빈약한 상상력과 망상이 눈앞의 광경에 점점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렇게 거대한 풍경 속에서, 그리고 압도적으로 독창적인 광경 앞에서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짜낼 수 없다. 여행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이런 패배감이 몸속 깊숙한 곳에서 점점 커져갔다. 그 패배감이 최고조에 달한 때가 바로 마추픽추 유적을 찾은 날이다. _본문에서(206쪽)





읽는 이의 마음을 절로 달뜨게 하는

온다 리쿠만의 여행법




온다 리쿠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쓰기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을 독자들에게 직접 드러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온다 리쿠가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몇 안 되는 에세이이자 여행기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 장을 여는 순간, 이 책이 보통 여행기와는 그 출발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다 리쿠만의 환상이 앞서 있고, 그 환상을 따라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현실의 여정으로 이끈다. 낯선 풍경 속에서 흥미로운 상상을 펼치는 ‘온다 리쿠 여행법’을 죽 따라가다보면 당장이라도 나만의 색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어 마음이 절로 달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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