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자 :신다은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3-11-0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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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이름 없는 죽음들에 대한 뒤늦은 애도





‘산재가 왜 계속 일어나는 겁니까?’

누가 묻는다면 앞으로는 이 책을 내밀겠다._은유(르포 작가)



하루에 두 명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매일같이 누군가 끼여서 죽고, 떨어져 죽고, 불에 타 죽고, 질식해 죽고, 감전돼 죽는다. 그렇게 매년 800여 명이 일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지만, 많은 사고가 공장 담을 넘지 못하고 은폐된다. 기껏 알려진 사고들도 대개 몇 줄짜리 단신 보도에 그쳐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전하는 데 실패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죽는가’ ‘왜 이 죽음들이 이토록 당연한 일이 됐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한겨레》 기자로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을 취재하던 저자는 노동 분야를 맡으면서 일터에서도 매일 재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구도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김용균, 이선호, 구의역 김군, 김다운 등 대표적인 사고들을 통해 ‘일터의 죽음’을 낳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 죽음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곧 떠난 이들을 함께 애도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하다가 무참히 죽는 사람에 관한 기사를 더는 받아쓰고 싶지 않은 한 기자가 뒤늦게 마감한 긴 부고”(르포 작가 은유)이자 반복되는 죽음들을 무심히 넘기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제안하는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이기도 하다.



부둣가에서 스러진 ‘삶의 희망’…위험은 언제 사고가 되는가



이야기는 2021년 평택항에서 숨진 이선호 씨로부터 시작한다. 유난히 애교 많은 막내이자 장애가 있는 누나를 보호자처럼 챙기던 듬직한 동생, 아버지에게 ‘삶의 희망’이었던 아들은 작업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진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함께 평택항에서 일하던 아버지, 아들과 “친구처럼 같이 아침밥 먹고 차 타고 다닐 수 있어서” 기뻤다는 재훈 씨는 사고를 당해 “자는 듯이 엎드린 아들 모습”을 본 뒤, 아들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투사가 됐다.

유족과 노동조합(노조)이 밝혀낸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청 직원은 경험이 없는 하청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오래된 장비를 썼다. 선호 씨는 원래 자신이 맡지 않던 일에 투입됐지만, 업무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은 ‘누구도 일하는 사람의 안전을 중심에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산업재해(산재)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친 2부 〈위험이 재난이 되는 순간〉이 강조하는 지점도 같다. 저자는 원인에 따라 산재를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모든 유형의 사고가 ‘생산과 효율이 안전을 압도할 때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증명한다.

2022년 SPL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소스 만드는 기계의 회전 날개에 끼여 사망하자, 회사는 ‘날개에 끼지 않도록 덮개를 덮고 일하는 게 규정’이라며 사망자를 탓했다. 하지만 규정대로 일하려면 각 재료를 넣을 때마다 덮개를 열고 닫아야 해 일의 효율이 너무 떨어졌고, 생산해야 할 물량은 너무 많았다.

이럴 때, 노동자는 대개 안전 대신 생산을 택한다. “하루의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면 저성과자로 낙인찍히지만, 안전수칙을 포기하고 생산량을 맞추면 문제없이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회사가 할 일은 노동자를 탓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개량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회사는 그러지 않았다(유형 1-작업방식이 안전수칙과 충돌할 때).

2018년 사망한 김용균 씨 사고도 비슷했다. 그는 컨베이어의 고장 여부를 확인하려 문을 열고 몸을 직접 집어넣었다가 기계에 몸이 끼였다. 조사 결과, 기계 결함 때문에 몸을 집어넣지 않고는 기계를 점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용균 씨 동료들이 사고 지점을 포함한 작업 환경 개선을 28차례나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밝혀졌다. 원청(한국서부발전)과 김용균 씨가 속한 하청(한국발전기술)이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탓에 이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유형 2-위험에 관한 소통이 부족할 때).

모든 유형의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고를 ‘노동자 과실’로 돌리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며 그 너머에 있는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재활동가로 수많은 노동자의 산재 신청을 도왔던 ‘상담부장’ 남현섭이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를 두고, 이 책은 “개인의 ‘안전 인식’이 아무리 투철한들 그것만으로 산재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을 아프게 지적한다.



산재라는 ‘기억의 전쟁터’에서 벌이는 서사의 싸움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터의 위험이 어떻게 사고로 이어지는지, 사고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책임자인 기업은 일터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언급하는 일이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 여겨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 과실’로 몰거나 은폐하려는 유혹을 느낀다. 2021년 굴착기 전복으로 사망한 노치목 씨 사고에서는 회사가 119에 신고하면서 굴착기 전복이나 공사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경찰에게는 ‘치목 씨가 산책하다 굴렀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또 다른 주체인 정부는 처벌에만 집중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법 위반 행위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사고에서도 ‘법에 맞춘’ 똑같은 원인과 대책이 나오곤 한다. 노조나 언론도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이 묻히는 것을 그저 방관하지 않은 이들, “눈물로 진실을 밝힌 사람들”이 있었다. 김용균 씨 사고의 진상이 밝혀지는 데는 동료들의 역할이 컸다. 이태성 씨는 “이제 더는 내 옆에서 죽는 동료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호소하며 작업 현장의 위험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인구 씨는 동료들의 상경 투쟁에 동참해 용균 씨 빈소를 지키고 상주를 지냈으며, 군산터미널 인근에 산재 사망자 추모 공간을 만들어 지금까지 그 공간을 가꾸고 있다. SPL 사고에서는 노조 위원장이 실명으로 회사 주장을 반박하며 작업 과정의 문제를 알렸고, 사고 직후에도 공장이 계속 돌아가는 영상을 공개해 사망자 과실로 결론 날 뻔한 여론을 뒤집었다.

그리고, 유족들이 있었다. 아버지 정순규 씨가 세상을 떠난 그날 이후, 정석채 씨는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다른 산재 유가족과 연대하는 데 온 삶을 쏟고 있다. 큰 사고가 일어난 날이면 어김없이 석채 씨가 쓴 메일이 기자 메일함으로 날아든다.



자기 생업을 포기한 채 사고 관련 자료를 찾아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의 위험성을 알리는 유가족의 일상에 다른 삶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족의 죽음이 쉬이 잊히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비극이 일어날까 두려워한다. 석채 씨처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족의 이름과 사진을 기꺼이 공개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렇듯 산재는 다양한 관계자들이 벌이는 서사의 싸움이다. 기업은 회사 책임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유족과 동료는 떠난 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재라는 ‘기억의 전쟁터’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 그간 무시됐던 위험한 노동 환경이 드러나기도 하고,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됐던 사고를 조직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재해조사의견서, 법원 판결문 등 산재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로 개별 사업장의 산재에 대한 핵심 자료를 모은 보고서를 펴낸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산재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일을 “뒤늦은 부고장 쓰는 일”에 비유한다. 개요만 담긴 몇 줄의 짧은 기사는 사고 소식을 전할 뿐이지만, ‘왜’와 ‘어떻게’가 더해지는 순간 무심히 스쳐 지나갈 뻔한 ‘사고’가 노동자 한 사람의 목숨이 스러진 중대한 ‘사건’이 된다. 그래서 산재의 서사를 복원하는 일은 “수많은 산재사고로 한데 뭉뚱그려진 죽음들에 저마다의 고유한 얼굴과 이름을 되찾아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공장 안 사고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산재를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떠나간 이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마음 깊이 추모”하는 일이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심히 넘기지 않고, 온몸으로 아파하면서 그 죽음을 이해하려는 일이다.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자녀의 오디션 합격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한 아버지이자 애인과 여행을 약속한 젊은이였고 딸을 더 풍족하게 키워보려 일터에 발을 디딘 어머니였음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들이 품은 꿈이 어떻게 허망하게 사라졌는지, 그가 사라진 후 남겨진 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헤아리는 일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일터의 이름 없는 죽음들을 제대로 애도하고,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산재 조사는 “죽은 이를 추모하는 부고장인 동시에 또 다른 죽음을 막겠다는 산 자의 다짐”이다. 그리고 이 일은 유족, 동료, 기업 등 일부 관계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산재가 시민들이 함께 기억하고 조사하는 사회적 서사가 될 때, 우리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 일터의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오늘도 되풀이되는 일터의 죽음을 몇몇 사람만의 몫으로 여기지 않고 우리 모두의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기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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