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3.11.30
이 책은 중동에 관심은 있으나 그간 특별한 사업적 인연이 없었거나 사업적 인연은 있었으나 중동에 관해 보다 포괄적인 시각을 갖고 싶은 분들, 특히 기업인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물론 일반인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들이다. 각자가 자기 인생의 CEO라는 의미에서 굳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필자는 중동 전문가로 외교관에 입직하지는 않았고 경제를 따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우연과 인연이 겹쳐 세 번이나 중동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동에서 한국과 전 세계 유수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동과의 거래에서 성패는 경제적 변수만이 아니라 이슬람과 아랍문화와 같은 문화적 변수나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하는 종합적 시각이 있어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만 치중하여 성과를 보겠다는 협소한 마인드는 적어도 중동 비즈니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므로 필자와 같이 포괄적으로 기업의 해외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관찰해 온 외교관적 시각에서 지금의 중동과 기업의 과제를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중동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회 전반의 중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의 수준은 우리의 국력이나 경제의 대외의존도에 비해 부족하다고 본다. 작년 11월 사우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에서 보인 국내 여론과 같이 불꽃처럼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사우디의 ‘네옴시티’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동 관련 이슈가 떴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지다 말 정도로 중동이 단순한 상대는 아니다. 동과 서를 잇는 세계화의 역사에서 중동의 중심적 역할은 우리를 능가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 중동과 거래를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편의적 시각은 우리의 경제적 위상이 월등히 상승함에 부작용으로서 발생한 단견이라고 본다.
이 책은 단순히 중동에 대한 지식적 당위성이나 시장 진출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기업인을 위해 친절하지만 현실적인 입문서가 되고자 하였다. 첫 부분은 우선 1차적 관심인 경제를 다루었는데 진출 국가 선정의 기준이라든지, 산유국들의 탈석유 산업다변화 노력, 현지 스폰서와 사기(詐欺)의 문제, 중동의 국부펀드와 중동 내 우리 기업 브랜드의 현황과 중동 진출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 등을 다루었다. 두 번째는 문화에 관한 장인데 중동에 대한 고정관념과 원인, 이슬람의 핵심 내용, 비즈니스 에티켓, 국적에 따른 서열화와 여성의 지위, 중동인의 행복도와 같은 삶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었다. 마지막 부분은 정치에 관한 부분인데 수니-시아파 대립이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 무장단체와 같은 비교적 익숙한 주제뿐 아니라 미중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시사적 주제들을 다룸으로써 중동 주변의 지정학적 경쟁이 기업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하고자 하였다. 주제를 막론하고 되도록 사실을 나열하는 설명문이 아니라 흥미있고 쉽게 읽히도록 쓰고 싶었지만 실력의 부족인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평소 공직자의 저술 활동에 호의적이지 않던 필자가 이 책을 쓰도록 결심하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인생의 고비마다 충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경만호 전 대한의사협회장님과 기세도 위본그룹 회장님, 정종승 리트코그룹 회장님, 흔쾌히 출판을 맡아주신 김윤회 라이언자산운용 대표님, 안상준 박영사 대표님, 선배의 온갖 부탁에도 굴하지 않는 신희복 변호사와 양병찬 박사, 그리고 만년서생 필자에게 기업인의 희로애락을 기꺼이 나눠준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AMP) 93기 모든 동기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필자를 아랍인의 정서와 문화 속으로 고맙게 안내해 준 정 많은 오랜 친구 카타르의 무함마드 이브라힘 사가르와 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삶의 근거인 사랑하는 아내와 딸, 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