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천지첸은 周恩來 이래 중국 최고의 외교관으로 꼽힌다. 1988년 외교부장에 취임, 2004년 국무원 부총리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15년간 중국외교의 사령탑이었다. 1997년 홍콩 회귀를 둘러싼 영국과의 줄다리기는 외교에 관한 한 그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으로 세계 최고를 다투는 두 나라 간의 처절한 힘 겨루기로 눈길을 끈다. 또 아시아 관계에 있어 그의 최대 공로로 평가되는 한국과의 수교 뒷이야기, 특히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한국과의 수교를 통보하러 가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미 간의 뒷거래가 아닐까 싶다. 한편으론 대립하며 또 한편으론 협력하는 두 나라의 모습에서 외교의 본질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중미관계가 마찰이 끊이지 않아도 파열까지는 가지 않고 진전을 이뤄도 곧 골칫거리가 생기게 돼 있다'는 그의 통찰은 외교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희와 비가 교차하는 인생에서 그리 슬퍼할 것도 또 그리 기뻐 할 것도 없다는 삶의 깨우침 같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