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선택한 지 60년이 지났고 나를 잉태한 그 분도 이제는 이세상에 없다. 어렸을 때 그 분은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해 주었던 나의 하늘이었다. 심지어 독립 가정을 이룬 후까지도…. 쓸쓸하다! 그분이 있으면 이러한 심정을 어떻게라도 달래 주었을 텐데 무척 아쉽다.
이제 그 하늘이 없고 내가 하늘이어야 할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성인으로 독립할 때까지 보살피는데 그분도 힘들었을 것이고 이제 인간으로 독립하라는 뜻이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사회에서 인간이라는 의미는 어른이라는 뜻으로 불렸고 그 시기를 60평생을 기준으로 한 것 같다. 그래서 60평생을 살아온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어른이다. 이 시대의 하늘이다.
과거에는 그 어른들의 평균수명이 짧아 세상이 의지할 수 있는 하늘의 역할을 오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서운한 마음으로 회갑잔치를 성대히 치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대수명은 60평생을 살아 온 만큼 더 남아있다. 부모로서 하늘이 아니라 인간, Homo Sapiens의 하늘 역할을 하라는 이야기 일 것이다.
부모의 경험이 없이 부모가 되었듯이 우리는 하늘이 되어본 적 없이 하늘이 되었다. 경험 없는 부모가 수 많은 오류를 범하면서 성숙했듯이 우리 어른도 수많은 도전과 응전을 통해 성숙해 갈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그렇게 오래 살아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물어 볼 어른이 없다.
그러나 60평생 살았다고 그 경험으로 어른 노릇할 만큼 세상은 녹록하지 않다. 그 경험은 5년이나 10년이면 진부해서 어른의 역할이 없어질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냥 마음 편히 손주 돌보고 여행가는 것은 옛날의 어른들이 했던 것이고 그 역할도 그리 길지 않다. 막연히 세상이 흘러갈 것처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대수명이 많이 남아 있어서 10년후, 20년후의 어른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쓸쓸하게 지낼 수는 있을 만큼 시대의 흐름은 ‘세대차’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60이후는 다시 태어난 인간으로 이 세상을 개척하면서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도전이라는 뜻이 그렇듯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도전이 과거 교과서에 보았던 어마 무시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도전은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도전일 수 있다.
새롭게 시도하는 작은 생각 작은 행동도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고 하늘이 되어 가는 과정이며 도전일 것이다. 그것이 쌓이면 일상이 되고 새로운 문명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 소명이 우리 앞에 놓여진 것이다. 한평생을 거울삼아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야 한다. 반면 한평생의 경험이 진부해지기 전에 갈고 닦아서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 그분이 선택한 60평생을 마무리하고 우리 스스로 태어나 한세상을 풍미해야 한다.
우리 모두 어른이 되어 이세상을 이끌어 가는 하늘이 되고자 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이 세상에 와서 얼떨결에 지내 온 60평생과는 다르게, 이 세상의 어른으로서 의식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우리 모두는 앞으로 얼마 동안 이세상에 머무를지 몰라도, 적어도 머무는 동안 남에게 짐이 안되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소박한 목표일 것이다. 이것마저도 쉽지 않은 과제다.
왜냐면 60평생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온 틀과는 전혀 다른 목표이기 때문이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식으로만 배웠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금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우리가 남긴 그 쓰디쓴 유물을 맛보고 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다시 태어나 그 쓰디쓴 유물을 버리고 달달한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되고 하늘의 역할을 해야 한다. Begin Again, 나,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