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코로나19 시기 동안 제주살이 2년과 부산살이 1년을 하면서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을 알고, 심플라이프를 배워가는 과정을 풀어 놓았다. 저자는 출판인으로서 책을 만드는 데만 몰두하다가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일상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제주살이를 선택한다. 그리고 파주에서 제주, 부산, 수원까지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당근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비우는 재미'를 넘어 삶 자체의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인생관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채움'이란 단어를 탐구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삶의 무게 중심을 물건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겨간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과연 우리의 삶에는 무엇을 채워야 할까'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결국 그 답을 얻게 되는 과정, 즉 여러 지역을 옮겨가면서 활동했던 '당근 경험'을 공유한다.
“살다 보면 사소한 일이 인생의 큰 운명을 만든다. 혹은 외부의 사건이 내 인생의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내가 당근을 안 것은 코로나19로 세상이 딱 멈춰선 그때, 제주살이하기로 결심했던 때였다. 그 당시 마음으로는 제주도에서 평생 살려고 했다. 2020년 9월 10일을 D-day로 정하고 나서, 나는 3, 4개월 전부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당근 생활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생활 방식을 갖게 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소한 우연이 결정적 운명을 만든다’면서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당근’으로 ‘비움의 철학’과 ‘채움의 철학’을 모두 얻게 된 과정을 들려주면서 독자들에게 미니멀리스트의 삶으로 초대한다.
[미리 보기]
당근을 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물건에도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파주운정신도시에서 당근을 통해 거래하면서 기억에 남는 분이 또 한 분 있다. 내가 출판사를 처음에 하면서는 작업실에서 요리도 내가 직접 해서 먹었다. 물론 바빠서 배달 음식도 많이 먹었지만, 보통 때는 식사를 준비해서 먹었다. 나가서 먹는 게 일의 흐름을 끊고 오히려 시간을 빼앗아서 일을 많이 못 하기 때문이었다. 출판사를 처음 운영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로 터전을 옮기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내 생활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해서 주방용품도 정리하기로 했다.
-[PART1-3. 물건의 인연은 따로 있다!] 중에서
당근에는 한 달 동안 얼마나 거래했는지 그 금액을 알 수 있는 가계부가 있다. 내가 작성하는 게 아니고, 한 달이 지나면 당근에서 보내준다. 이달에 내가 물건을 판매한 총금액을 알려 준다. 그리고 지난달에도 내가 얼마를 팔았는지 볼 수 있고, 그래프로도 매달 판매 금액을 보여 준다. 잊고 있다가 이 가계부를 받아 보면 기분이 묘하다. 내가 지난달에 이만큼이나 많이 팔았나 싶다. 그리고 ‘반찬값 정도는 벌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냉장고나 값이 좀 나가는 물건을 팔았을 때는 꽤 쏠쏠하다. 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이렇게 또 돈으로 바뀌어 들어오면 어쩐지 공돈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ART3-4. 당근 가계부와 ‘노쇼’를 방지하는 법] 중에서
광교에서 당근에 올라온 물건을 보면 무료 나눔에도 좋은 물건이 정말 많다. 용달차만 하나 있으면 신혼 살림살이를 공짜로 다 마련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가구와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다들 이사 가면서 처리하기 힘든 덩치가 있는 물건들이다. 그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애물단지이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살림 밑천이다. 특히 광교에는 진짜 탐이 나고 괜찮은 물건들이 많다. 멋있는 원목 가구도 무료 나눔으로 내놓을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PART4-3. 당근을 하면 물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