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심리학》은 인간이 느끼는 핵심적 불안인 ‘호구 공포증’, 즉 호구 잡힐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법학, 철학 등의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이 말과 다를 때가 많다. 우리 사회에는 착하고 정직하게 살다가는 자칫 속임수에 당하는 호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강하게 퍼져 있다. 다른 유형의 피해자와 달리 속임수에 당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동정이나 위안 대신 비난이나 멸시를 받는 경우가 많은 데에다 피해자 또한 실수를 후회하며 자기혐오에 빠지고 만다. 속임수에 당하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손해를 보는 일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안정과 지위까지 위협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개인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까지 이어진다. 호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사람들 사이에는 믿음과 배려 대신 의심과 차별, 혐오가 자리를 잡고, 자원 분배 방식이나 정책 결정,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진다.
이 책은 속임수에 당하는 바보가 될까 두려워하는 현상 뒤에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를 분석하고, 이것이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왜곡하고 착취하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또한 속임수에 당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때로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내고 하고 싶은 일을 기꺼이 해내며,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사는 길을 제시한다.
‘호구 공포증’을 다각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독창적인 심리서
이 책의 저자는 법학과 심리학을 함께 공부한 법학자이자 심리학자다. 그녀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법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며, ‘계약 위반’ 사례에 관해 조사하던 중 사람들이 계약 위반을 일종의 속임수로 생각해 지나치리만큼 강렬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을 보고 인간이 느끼는 근원적 불안인 ‘호구 공포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법학, 철학, 인류학 등 매우 다양한 맥락에서 호구 프레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지적한다. 그동안 ‘호구가 되지 않는 방법’을 설명하거나 속임수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룬 논문과 책은 많았지만, 호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개인과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탐구한 책은 드물었다. 또한 속임수에 당하는 것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상대방을 의심한 나머지, 좋은 기회를 잃거나 협력에 실패하는 등 호구 공포증 때문에 겪는 손해를 언급한 경우도 많지 않았다. 단지 호구가 될 수 있는 위험을 피할 방법을 다룬 것이 아니라, 호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방해받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뚜렷한 가치와 차별점을 찾을 수 있다.
의심과 불안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심리 수업
호구 공포증에 사로잡히면,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 ‘이 사람에게 내 것을 나눠줘도 될까?’ ‘위험을 감수해도 될까?’ 의심하며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지 못하고 매번 경계 태세를 갖추기 바쁘다. 이렇게 호구가 될까 벌벌 떠는 동안 개인과 사회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호구 공포증은 유령의 집에 걸린 거울처럼 우리의 자아와 가치관을 왜곡한다. 겁에 질리고 회의주의에 빠진 나머지, 타인을 믿지 못해 협력과 선의의 태도를 잃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못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런 상황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치계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를 잠재적 사기꾼으로 모는 등 정치적 선동을 자행한다. 자원 분배 방식이나 정책 결정,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선한 동기는 사라지고 시민의식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차별과 혐오가 자리 잡는다. 우리는 매 순간 누구를 신뢰하고 누구를 멀리할지 결정한다. 중요한 것은 그중에서 내가 주의를 기울일 만한 속임수가 무엇이냐이다. 이 책은 호구의 역학을 알아보는 능력을 통해 우리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은 무엇인지, 의미 있는 인간관계는 무엇인지, 내 것을 남과 나눌 때는 언제이고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더 이상 호구 공포증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기꺼이 하며, 가치관에 따라 주도적으로 사는 길을 제시한다.
호구 역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실험 결과와 역사적 사례
이 책은 속임수에 당하는 바보가 될까 두려워하는 현상 뒤에 작동하는 인간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샘 개트너, 어빙 고프만, 로이 바우마이스터, 노버트 커, 짐 시대니어스 등 호구 공포증에 관해 연구해 온 저명한 근현대 심리학자 및 사회학자의 이론과 동시에 호구 공포증이 실제로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실험과 사례가 다수 등장한다.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신뢰 게임, 공동체 게임, 월스트리트 게임 등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심리실험과 조지 포르니어 사건, 마이클 브라운 사건, 베일리 대 앨라배마주 사건, 오드리 보크스 사건, 워커- 토마스 가구 회사 사건 등 역사적 사례를 함께 제시해서 심리학이나 사회학, 인류학 등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